처음이자 마지막 퇴사

2020. 4. 2. 22:55경영/업무진행

 

바야흐로 2010년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.그 당시 다녔던 회사는 아주 여러 가지를 했던 회사였다. 그 당시 나는 디자이너였다. 소기업의 디자이너란 곧 회사의 잡무를 모두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. 그 회사에서 아마도 내가 가장 오래 있었다. 음 아마도 3~4년 정도 다녔던 것 같다. 회사의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에너지가 넘치던 대표였다. 나와 3살 차이밖에 나지 않던 회사의 대표였다. 너무 에너지가 넘치고 야근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다. 과다업무+야근+회식+술자리를 너무 좋아했던 대표였으니 내가 1년 차에는 남직원 여직원이 6개월을 버티질 못했다.

 

그 무렵 내 몸 상태는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. 너무 아파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리고, 그리고 또 성수기에는 새벽 2시까지 야근, 아침 9시 출근이였다. 그리고 새벽 2시에 끝남에도 택시를 타지 말라는 대표의 말과 함께 9시 정시 출근이었다. 그렇게 곧 죽겠다 싶었고, 이 회사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무려 3년이 돼서야 깨달았다. 

 

나와 동갑이던 친구가 들어오게 되었는데, 어라, 얘는 좀 특이하다. 들어온 첫날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단다. 회사가 너무 멀단다. 회사가 가산에 있었으니, 인천과 가산이 그리 가깝진 않았고 지하철로 계양역-부평역-가산역-도보15분 이었으니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였지만 회사가 멀어서라는 말은 처음이었다. 라떼는 처음 뱅뱅사거리로 다닐 적에는 부평에서 양재까지 비가 진짜 많이 올 때는 버스를 타고 3시간도 걸렸는데 말이다. 

 

아주 아주 평범이하로 자란 내게 그런 멘트는 신선하게 다가왔다.

 

그렇게 그 친구가 들어온 여름은 그 회사에겐 비수기, 가을과 겨울에는 극성수기였다. 밤 12시까지도 일을 했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시간이 늘어나고 우리 둘은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. 그 친구의 회사생활은 6개월, 나는 3년을 다녔다.

 

처음으로 퇴직금을 받고 2011년 1월 말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.